바이올린을 바라보며

바이올린에겐 생명이 있다
누군가 깊은 산속 나무에게
지극 정성과 사랑을 심었기에
장인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 깊은 산속으로 이끈다
그렇게 이끌려온 나무는
장인의 마음을 사로잡아
몇 번 죽고 살기를 반복하다
영혼을 울리는 소리를 내며
아 이것을 위해 나는
그렇게 풍설을 견뎌 냈던가
관객이 꽉 찬 대극장
연주자는 관객들과 하나를 위해
내가 견디어온 그 긴 세월을
천상의 음으로 만들기 위해
온 정성을 다 기울인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서
바이올린과 연주자는 하나다
네가 풍설을 이겨낸 것처럼
나 또한 피를 토했단다
내가 영혼을 지녔듯이
너 또한 너만의 혼
그것이 있기에 우린 하나다
줄과 통과 손이 하나이듯
너의 혼과 나의 영혼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날
너는 그냥 소리가 아닌
천상의 음으로 거듭났단다
이렇게 나무도 바이올린도
하늘의 뜻을 잘 살았기에
하늘의 소리를 내거늘
사람으로 한번 사는 인생 
슬기롭고 지혜로운 반석
그것으로 거듭나야 좋지 않겠나.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