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待臨)이 주는 은총

인생을 항해에 비유한다면
나는 바닷길은 얼마나 왔나
돛을 올리고 멀리 나오다보면
육지가 아득해지면서 
닥쳐오는 마음의 평화도 잠시
곧 바람과 함께 풍랑이 치면
파도에 쓸리는 배를 보면서
인생이 주마등처럼 흔들리고
잘 살아왔었는가 하는 사이
어둠이 내리는 사이로 
손님 여러분 짐을 줄이십시오
여러분들이 짐을 안 줄이면
결국 우리는 함께 수장됩니다
이때 달랑 몸뚱이 하나인 이는
이 몸마저 바다에 던져야 하나
더 이상 고민이 없기에
좀 여유가 있습니다만
이곳저곳에 가방이 수두룩한 
저이들은 당장 견적이 안 나와
허둥거리는 사이 배는 힘들어
흔들림을 넘어 삐걱 거린다
더 날카로워진 소리로 
시간이 없으니 빨리 짐을 버려요
이게 인생항로의 고난의 길이다
나의 몸엔 얼마나 큰 무게가
나의 가방은 또 얼마나 큰가
그리고 내 마음이 지닌 무게는
그분이 봐주실 만한 무게인가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에게 있어
강제로라도 이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는 시간이 있으니
이게 바로 대림의 시간이다
소리 없이 줄이고 나누는 사람은
그만큼 그분의 복이 내릴 것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