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가마솥

마음을 비울 준비가 된
그런 사람은 성실하다
근데 그 성실이 말 보다는
행동에서 흘러 나온다
그분은 제자들을 바라보며
길에서 무엇 때문에 논쟁했느냐
이 질문에 꿀 먹은 벙어리들
스승께서 다 알고 하시는
그 질문이기에 침묵이
답이면서 동시에 가르침이다
스승은 고독의 끝인
가시밭길의 정상을 향해
큰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데
아직도 뭘 모르는 제자들
제사보다는 젯밥에 더 관심
스승으로써 참 힘들어 하신다
이게 우리 인간의 한계이다
스승이 만날 살아남아 계시나
누구나 다 때가 되면
떠나야 하기에 그 전에
자식이나 제자들의 성숙함
그것을 보고 가려하는데.......
어떤 이는 지식은 쌓았는데
지혜가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깨달음이 달라서인지
스승의 가르침을 향해
다른 짓을 하고 있으니
차라리 그냥 아이로 있어라
이건 무슨 뜻일까
설익은 밥보다는 차라리
순수하게 비워 둔 가마솥
그 자체가 더 좋다는 것을
알아듣게 하심이다
왜 다시 가르치면 되니까.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