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날 무너트리나

이제 그분은 흔적도 없다
그렇게 대단하신 분도
한 순간에 훅 가시다니
사분오열 된 사도들과 
거의가 배반을 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지만
이건 아니기에 전열을 가다듬고
그분과 나의 모친이 떠난 자리를
번가라 가며 찾아보면서
모친의 죽음이 아무리 곤란해도
내가 심리적으로 안 오는 
그런 상황은 없을 것이다
물리적인 시간이 어렵다 해도
다만 늦을 뿐이지 
두렵거나 무서워서 안 오는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그분은 얼마나
많은 고통 중에 외로우셨을까
그것이 단 삼일이라 해도
그래도 그분은 굴하지 않고
그 모든 것을 이겨내시고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형제들
그들이 뭐가 예쁘다고 찾으시나
그러기에 진짜 참 사랑이다
아니 끔찍한 사랑이랄 수밖에 
죽어서까지도 그들을 찾으시니
축 늘어지고 희망을 몽땅 잃은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위해
그분은 부활이라는 강수를 놓고
무덤에서 무진 애를 쓰고 계신다
이걸 알고 있다면 어떻게 줄행랑을
그들은 진짜 무섭고 두려웠으며
희망이 다 꺾였던 것은 사실이나
아무리 힘들다 해도
유다처럼 죽음의 강을 건너
아주 돌아오지 못하는 그곳만은
꼭 피해야 하는 것이
바로 성금요일의 사명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