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빛내는 삶

자신의 자리를 빛내는 삶이란
그가 거기에 있기에 빛나고
그가 그곳을 떠나도 빛나는
그런 사람에게 주어지는 이름
산삼이 저작거리에 자랄 수 없고
설화가 마닐라에 필수 없듯이
조화를 위해 있어야 할 그곳에
그가 있는 것이 바로 참 삶이다
사람은 산중에 있든 
하늘 위를 날고 있든
아니면 책상 앉아 있든 간에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영성을 지닌 이라면
언젠가는 그 자리에서의 향기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사람들을 위해 피어날 것이다
그분은 어디를 가든 썩었다
누군가를 향해 썩어 주었다
그냥 한 송이 꽃이 될지라도
그는 최선을 다해서 피웠다
그리고 열매를 맺어 놓고는
아무 대가도 없이 그냥 떠났다
그리고 자신을 따른 사람들
그들을 향해 크게 뭐라 안 해도
그들은 그를 조건 없이 따랐고
그들도 똑같이 꽃을 피웠다
그들이 한결같기에 피어낸 
꽃과 열매는 늘 향기로웠다
수천 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도
그들은 한 결 같이 그 자리에서
똑같이 아버지가 피우신 꽃을 
그대로 최선을 다해 피우고 있다
그들의 피의 대가가 있어서일까
하늘은 그대로 청명하고
종탑 위의 종다리는 은은하며
밭에 나간 아낙의 땀방울 사이로
잘 익어가는 과일들이 향내가
그분을 미소 짓게 하는구나.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