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자해지(結者解之)의 끈

불구대천(不俱戴天)이란 말
대단히 무서운 용어이다
하늘아래 함께 할 수 없는
그런 존재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바로 그런 관계로
나아가는 것은 아닌지 싶어
좀 더 깊은 식별력의 요청
이것이 반드시 필요한 때다
세상에 살 때는 이것저것
많은 시험과 유혹까지도
나름 견디어 낼 수 있지만
종말엔 이것이 불가능해
그만큼 살아생전에 할 일
그 리스트가 꼭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식별이다
그것도 아주 고도의 식별
그분으로부터 어떤 취급을
받을지에 대한 역사적 준비
자신의 인생의 역사가
어떻게 씌어 졌는지에 대해
진짜와 가짜가 무엇인지
필요와 불필요 앞에서의 나
물론 다 때가 되면
정화작업을 하긴 한다지만
글쎄 다 때가 있는 것인데
늦어 아등바등 하는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것 아닌가
이미 내 손을 떠난 
나의 영혼이 그분의 그물
그 안에 담겨져 있다면
이젠 내가할 수 있는 것
그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하나 가능한 것이 있다면
그건 그물 밖의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가 필요하다
결자해지의 끈이 필요하다
그러니 미리미리 준비하자.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