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너머에 있는 참 평화

사람은 때가 되면 
서슬이 퍼렇다 해도
칼을 들이 댈 수밖에 없다
칼이 필요할 때 사랑 탓
이것은 정말 아니다
수술 환자를 위해서는
정말 날이 잘 선 칼이
꼭 필요하듯이 말이다
명의 허준선생은 때론
침과 약으로 안 다스려지는
병을 치유하기 위해선 
칼을 반드시 사용했다
그것도 한 여름 무른 살
수술 후의 후유증 때문에
그 고장의 가장 가까운
얼음골을 찾아가 그곳에서
과감하게 수술을 하곤 했다
해서 사람은 필요할 땐
칼을 쓸 수밖에 없다
그분도 오늘 칼을 주러오셨다
실제적인 칼이 필요한 사람들
또는 서로 칼의 역할로 인해
참 사람이 되는 길이 뭔지
칼을 주고받음으로 해서
깨달음의 길을 갈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꼭 필요하다고 했다
내가 너희에게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나는 너희에게 칼을 주러 왔다
어차피 인생의 대부분의 삶이
칼을 주고받는 삶을 산다
약육강식의 삶도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 철저하게 자신을
회심시키고 낮춤으로 해서
참 평화의 도구가 되는 길
그것을 깨달음의 길로 이끄는 
본질차원의 질문을 통해
불과 화를 넘어야 함이기 때문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