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친의 마지막 당부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이제 나는 노구가 되어
저기 있는 기암노송보다 못해
할 수 있는 것이 없고나
그래도 너를 낳고는 평생
하느님께 주야장창 기도했다
그래도 하늘이 있어 행복했고
저기 늘 푸른 노송이 있어
네 아버지 떠난 뒤 친구했다
네 아버지가 있어 좋았고
네가 잘 커 줘서 고마웠다
물론 속을 섞일 때는 미웠지만
그것도 지나고 보니 보약 이었다
이젠 하늘이 나를 부르니
더 이상 기력이 쇄해
기도도 힘들어 지는 걸 보며
머지않아 너에게 모든 걸 
맡기면서 나뿐만 아니라
내가 하던 기도까지도 
몽땅 맡기지 않으면 안 되니
글쎄 네가 이 영역까지
다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아니다 너는 나처럼 아주 잘
다 해내고도 남을 것이다
이제 두 가지만 부탁 하마
우선 나를 위해 기도해 주고
너 또한 너와 이웃을 위해
십자가 아래서 늘 묵상해라
짧은 시간이라도 좋으니
꼭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
호례호식 이것이 다가 아니다
물질보다는 하늘을 향해
웃을 수 있는 일들이 
많으면 참 좋겠다 싶다
나름 많이 만들려 했지만
그렇게 까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떠나려 하니 남는 건 기도뿐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