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의 시간을 위하여

참 어려운 단어가 종말이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간에
마지막을 맞이해야 하는 때
누구는 은총의 때라 하지만
글쎄 말은 쉬운 것 같아도
실제로 그 때를 맞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러기에 태연하게 그 때를
맞는 분들을 보면 놀란다
글쎄 잠시 졸았지 모야
근데 그분이 속삭이지 않겠어
정말 놀랐기는 했지만
그 따스함이 괜찮더라고
그런 분과 함께 한다면
그리 나쁘지 않음을 느꼈어
그리고 종말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친근하게 느끼긴 
정말 처음이란 것에 대해
나도 상당히 놀랬었지 
아 이래서 그분과 친해야
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깨닫고 산다는 것에 대한
참 기쁨이 뭔지를 알겠어
진작 이런 상태를 알았다면
세상을 더 멋지게 살았을 텐데
허나 마지막 때에 대해
초연해 질 수 있는 이 느낌
이것이 얼마나 큰 은총인가 
그래서 그럴까 내 얼굴을 봐
전과는 아주 다른 색깔에
보드라워진 모습이 안 예뻐
그러니 이젠 나를 위해
울지를 말라고 하는 것이야
나를 위해 울 시간에
네 자신을 위한 깨달음
그것을 위해 울고 울어 봐
그럼 너에게도 꼭 맞는
그런 은총의 시간을 줄 거야..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