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향에서 만난 큰 위로   

엠마우스로 가는 길가에
잠시 그분 떠남을 생각하며
내 맘에도 황소바람이 이는데
제자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정말 모든 걸 몽땅 다 걸고
떠난 그 길에서 만난 날벼락
그래서 더 이상 예루살렘에
머물러야 할 이유가 없어
마치 코로나19를 만나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 
막 노동자들이 고향을 향해
낙향하는 그 모습과 흡사하다
그래도 엠마오의 두 제자는
고향이 그리 멀지 않아(11km길)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싶어
함께 동행을 해 보는데
그래도 그들은 죽을 지경이다
또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그분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이며
가족들에겐 뭐라고 해명하나..
근데 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
다 저녁 무렵이 오고
집에 다 다가가고 있을 때
웬 봉창 두드리는 사람 하나가
슬쩍 동행을 해도 되냐기에
아니 이런 쑥 맥이 있는가
어떻게 지난 몇 칠 동안 일어난
그 내용을 모르고 있단 말인가
근데 아주 묘한 데가 있다
자세히 보니 사람인 듯 아닌 듯 
거기다 성경 풀이를 하는데
청산유수가 따로 없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 가는 길
이야길 더 듣고 싶어
저희와 함께 머무르십시오
저녁이 되어 빵을 떼는데
아니 이럴 수가 오 하느님!
하는데 이미 온데간데없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