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으로 가는 길(11/21일)

 

감나무의 감들이 새악시처럼

수줍음을 머금은 채 씨익

웃어 보이는 이때가 오면

우리는 또 한해가 다 저물어

만감이 교차함을 봅니다 

교회는 마지막 주간을 보내며

그분이 왕으로 오심을 봅니다

근데 그분 같은 왕이 과연 

계시기나 한 것일까 하고 고민

하는 그런 심오한 계절입니다 

우리는 다시 새로운 왕의 탄생

그 앞에서 많은 고민을 합니다

그분처럼 신비스럽게 온다면

그리 고민이 많지 않을 텐데 

너덜너덜한 누더기처럼 하찮은

그런 인격을 가지고 왕입네 

하는 그런 사람들을 왕으로 

모시려 하니 말들이 많습니다

제발 상식이 통하고 인격이 찬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그런 공동체의 거듭남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어 보이는데

그건 먼 산 메아리처럼 보여

이 허전함 맘을 뭘로 채우나

그래도 왕이 되고자 하는 이나

왕으로 모시길 원하는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지성 집단을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이것

보통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백성을 향해 희생할 줄 아는

그런 겸손한 사람으로의 왕

그러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적어도 왕이길 원한다면 딱 하나

내가 왕이로소이다가 아니라

저분이야말로 참 왕이구나

그런 분이 내 곁에 계실 때

우리는 참 행복을 느낍니다

마치 그분이 내 곁에 계실 때처럼..

 

이인주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