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오(3/20일)

 

이스라엘에 가면 거목이 많다

그것도 무화과 나무가 말이다

자케오가 올랐던 돌무화과나무

그분의 시대의 것이니 이 천년

그뿐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아니 저게 살아 있는 나무라니

하며 놀라게 하는 나무가 많다

 

아직 잎이 솟아나지 않은 나무

말 그대로 죽어 있는 고목이다

그러나 약간의 수분과 온도가

잠자는 고목의 잠을 깨운다 

한참 바라보다 이 중에 하나가

바로 그분의 눈을 거슬린 녀석

아니 잎만 무성하고 열매는 0

이걸 내가 몇 년째 죽 봤는데

이젠 안 되겠다 단호히 말하니

농부가 나무 탓이 아니라 제 탓

이라고 나서면서 사정을 한다

딱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저 녀석이 바뀌어

내년 이 길을 걸으실 때는

반드시 열매를 맺어 흐뭇하게

스승님의 미소를 함께 보겠씀다

이렇게 남 탓이 아니라 내 탓을

잘하는 사람에겐 기회가 온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남 탓하며

역모에다 권모술수를 부려보지만

그 끝엔 황망과 쓸쓸함이 뒹구는

그런 죽음의 막장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만나고는 사정한다

그러나 마음이 바뀌지 않는 한

그분도 변화하지 않음을 안다

지금이라도 가는 길이 아니면

그 길을 멈추고 온전히 돌아가라

그럼 그 길 끝에 지천의 들꽃이

그분과 함께 반겨 주리라. 

 

이인주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