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가 보셨나요 (4/15금)

 

어디가 세상의 끝일까

막장이란 말은 많이 들었어도

그 막장이 어딘지를 모른다

어릴 땐 강원도 첩첩산중의 

갱도를 한 오백 미터 내려가면

그곳을 세상의 끝인 막장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일컬어

막장의 인생이라 조롱했다

그래도 그곳엔 동료가 있어

막장이라 하지만 온기가 있다

그러나 진짜 막장은 이렇다

그렇게 잘 나갈 때는 모두가

친구요 동료요 제자들이었는데

완전히 가방끈 떨어지고 나니

그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황량해진 그곳 귀신 바람만이

친구 하자고 하는 그런 곳

그곳에서 서로 뜯어 먹겠다고

으르렁거리는 인수들 틈에서

자신을 어떻게 방어할 줄 몰라

몽땅 다 하늘에 맡기고서는

단 한 분 하느님께 맡긴다

그래도 양쪽 십자가 위에서

좌도가 조롱할 때만 해도

그래도 뭔가가 살아 있다는

그런 마지막 감각이 있었건만

벌 나비까지도 다 떠나버린 

갈바리아산 정상엔 윙웡거리는

냉혹한 칼바람만 남아있다

여기까지 내려가 봐야만 뭔가

그분의 느낌이 느껴져 오는가

그래도 의인 몇이 있었기에

온기가 찾아드는 냉골의 무덤가

다시 봄바람 같은 훈풍이 일어

프네우마인 영의 기운이 모여와

영혼마저 잠든 그분을 흔들어

다시금 꿈틀거리게끔 하고 있다.

 

이인주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