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오의 성찬(4/20수)

 

엠마오는 성찬의 전례다

둘은 낙향을 하고 있었다

더 이상 예루살렘엔 의미가

없기에 그들은 거길 떠났다

정말 맥없이 흘러가는 길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나

그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길

그것도 석양 다 저녁녘에

자기들과 비슷하지만 다른

뭔가를 지닌 신비의 한 분이

처음엔 봉창을 두드리더니

입이 터지기 시작하는데 아

이런 분도 있었던가 싶어

어디선가 많이 느꼈던 분

그럼 그분이 환생이라도

아니 어떻게 이렇게 박식에

세상과 하늘까지 다 꿸까

그래도 그들은 전혀 몰랐다

그분과 비슷한 곳은 있지만

이미 완전히 파괴가 된

그분의 모습은 안 보고 싶어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가면 갈수록 뭔가가 일치해

참 난감하던 찰나에 일몰이

우린 이제 마을에 도착했으니

어디까지 가시는지는 몰라도

괜찮으시다면 오늘 밤 저희와

역시 초대가 실타래를 푼다

허름한 저녁상 호롱불 밑에

그분이 빵을 떼는 순간에

어슴푸레하게 드러나는 그분

아니 어떻게 이분이 오셨을까

그럼 예루살렘의 사건은 뭔가

그들은 빅 데이터를 확 돌려

그분의 정체를 확인해 내고는

오 마이 갓 하며 기뻐하는 찰나

그분은 바삐 당신의 갈 길을 가셨다.

 

이인주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