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번 사는 삶(7/5화)

 

하늘의 얼이 그려진 사람

영의 힘이 있기에 다르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힘

거기에 영적인 살과 피가

하나로 거듭나게 되는 삶

누가 뭐라 해도 오직 한 길

부모님이 가신 길보다 더 큰

그 길을 향해 개나리 망태 

하나에 모든 걸 다 걸었다

믿는 것이라고는 아버지의 영

하늘이 이불처럼 감싸고

땅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그런 영적 여정을 떠났다

그래도 형들이 둘 있었기에

서로 의지하며 함께 한 시간

어느새 만주 벌판을 건너

북경과 상해를 지나 남쪽 끝

그 넓은 땅을 다 버려두고

마카오 섬까지 초대하신 그분

나와 그렇게나 다른 사람들

중국어와 불어와 라틴어 영어

이래서 하느님이 계시는구나

또 성령의 힘 없이 이 많은

언어와 사람들이 무엇으로 통일

이것을 이루고 살 수 있겠는가

공부도 잠시 하늘이 점찍은 날

그날이 이리 빨리 올 줄이야

김가항 성당에서 서품을 받고

돌고 돌아온 어머니의 땅

뭐가 이리 낯설은지 알 수 없다

그래도 갈 길을 찬찬히 간다

당신이 천주교 신자요

맞소 내가 천주교 신자요

근데 나라가 원하는 걸 안 하고

지금이라도 한마디 하시오

배교를 한다고 말이오

싫소 나는 배교하기를 거부하오

어허 이런 능력자가 없는데

너무 아깝고 안타깝소이다

당신처럼 5개 어를 하는 사람이

조선 땅에 또 누가 있겠소이까

그러니 배교를 하고 나라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소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마시오

내 이마의 인호가 안 보이시오

이래서 결국 새남터의 하늘에

큰 십자가를 그려 놓고는

영원히 빛나는 조선의 영적 지주가 되었다.

 

이인주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