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 같이 썩는 삶(8/10수)

 

발효가 된 음식을 먹는다

부드럽고 참 묘한 맛이다

속에 들어가서도 부드럽다

그렇게 유익하게 되기까지

나름 수많은 고난을 겪는다

모든 씨앗은 땅에 묻힌다

이렇게 농부 손에 파종되고

적절한 수분과 온도에 맞춰

유효하게 발효를 시작한다

그리고 광합성작용으로

신비의 새 생명을 배태한다

내가 살아가는 방법 또한

매일의 발효와 광합성 등

수많은 하느님의 섭리와

강한 의지와 노력으로 인해

뭔가를 끊임없이 엮어낸다

근데 그것이 먹혀질 수 있는

발효나 광합성에 부합하는

그것에 근접하느냐 아니냐

여기에 인생의 참맛과 멋

그것이 뭔지를 알게 한다

라우렌시오부제는 대단했다

로마교회의 수석부제였으면

대단히 총망받는 성직자였다

아마도 교황까지도 바라볼 

큰 인물로 양성되는 과정

그러나 시대가 그를 초대했다

꽃이 다 피기도 전에 또

완전히 발효가 되기도 전에

그분 나라에 급히 필요했는가

그를 불구덩이에 노출시키셨다

가난한 사람들을 향한 발효

교회를 위한 광합성 작용에

열받은 발레리아누스 황제와

그 일당들은 용광로처럼 분노해

그를 진짜 불 속으로 집어넣어

발효를 넘어 구워지게 했으니

완전히 산화하여 하늘의 별이 되었다. 

 

이인주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