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기는 삶의 진수(11/8수)

 

멀쩡히 건강할 때는 모르나

때가 다다르면 무척 괴롭다

떠나야 할 시간은 목 전인데

정리해야 할 게 태산인지라

해서 화려한 장례식보다는

마지막 정리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효자일 것이다

가족들은 어릴 적 세례받은

그걸 모르나 본인의 머리엔

천주교인인 믿는 교리가

머리에 꽉 박혀 있어서 

제아무리 냉담했다고 한들

자신의 마지막 순간의 괴로움

이걸 막을 수 없었기에

가족들을 괴롭힐 수밖에

근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신부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그렇게 떼를 쓰는지 모르는

가족들은 할 수 없이 

성당엘 찾아가 신부님께

우리 아버지가 신부님을 찾아요

고백성사를 받고 싶다는 거예요

근데 세례를 안 받은 것 같아

그러나 가서 만나보니 역시

세례에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다가 배를 타면서부터 냉담

그런데 때가 다가오자 모든 게

올라오는데 정리에 고백 없이는

죽을 수 없다는 게 다였다

그래 고백성사를 1시간 하고는

한나절도 안 되어 편안히 가셨다

이 모습을 보면서 정리

무소유가 될 때까지 정리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한다

누구나 그분으로 향하는 길

결국은 빈손으로 떠나야 하니

그분께 모든 걸 맡기는 사람이 최고다. 

 

이인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