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는 삶의 진수(11/12일)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면서

또 한 해가 저물어 가는걸

느끼는 순간 아 한 해도 

이렇게 멋지게 저무는구나

그러면서 그분 앞에 서본다

나는 뭘 하며 한핼 살았나

열 처녀의 비유가 다가오며

준비를 했고 준비가 잘 된

나인가를 깊게 들여다 본다

적어도 막연하게 세월 앞에

선 나를 넘어서 그분과 함께

뭔가를 늘 추구하는 그런 나

그러면서 마지막 가을 준비로

분주한 농촌의 구릿빛 얼굴

한해를 잘 살았다는 증거인

그 모습에서 옹골진 열매들이

크게 웃음을 던지고 있다

저렇게 웃을 수 있다는 건

바로 툭 하고 튀어나올 열매들

그들이 주는 대단한 향기이다

해서 멀어져 가는 가을 햇살이

마냥 서글픈 것만은 아니다

저렇게 멀어져 가기에 언젠가

다시 새롭게 오는 그분을 

만나는 태양처럼 다시 힘 솟는

그 무엇을 기대할 수 있으리

그분은 늘 깨어 있길 주문한다

그러나 인간은 늘 바쁘다 바빠

또 뭘 위해 그리 허둥대는지

뭔가를 하긴 한 것 같은데

돌아서보면 빈자리가 너무 많은

현대의 삶을 바라보면서

무엇이 이렇게 구멍을 내는가

손안에 든 현대 전자 기기가

사람을 완전히 가지고 논다

거기 빠지다 보면 인생 준비는

뒷전이고 어리석은 다섯 처녀가 자리 잡고 있다. 

 

이인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