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낮추십니까(3/28목)

 

너희가 원하는 게 무엇이니

그것을 정확히 아신 그분은

그들의 속을 다 파악하시고

그리고 당신의 방법을 동원

완전히 어린양이 되신 모습

해서 자신을 다 낮추신다

근데 대충 낮추는 게 아니라

완벽하게 무릎까지 꿇는다 

그리고 가장 더러운 발을 

하나둘 씻겨 나가고 계신다

베드로의 차례가 다가오자

역시 베드로는 뭔가 다르다

근데 정곡을 찌르면 좋은데

늘 헛다리를 짚고 있는 모습

아니 어떻게 스승님께서 

제 발을 씻기시려 하십니까

아니 되시옵니다 안 됩니다

그래 그럼 너는 나와 무관하다

그때야 정신이 바짝 든 베드로

그럼 발뿐만 아니라 손 머리도

씻겨 달라는 어린애 같은

베드로의 모습에 언제 크냐 넌

네가 나와 그렇게 함께했는데

정말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제대로 안 사람들은

그냥 발만 씻어도 되는 것

그러니 지금은 발만 씻자 

그러면서 손수 제자들의 발을

모두 씻겨 주지만 하나는

어느새 그 틈을 벗어나 있다

온몸을 다 씻겨도 안 되는

그런 상태로 몸과 마음이 떠

이젠 그분께 돌아올 수 없는

그런 사람이 돼 있는 모습에

그분은 몹시 아프지만 

이젠 시간이 정말 없으시다

당신을 마감할 시간이 코 앞이다. 

 

이인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