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웃느냐고(9/1일)

규정과 법이 중한가
아니면 내 마음속의
내용물이 중한가에 대해
사람들은 왈가불가 한다
물론 둘 다 중요한 게 맞지만
그래도 내가 무엇을 생각하냐
여기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제자들이라고 손 씻는 일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늘 산과 들로 다니는
그들에게 손 씻는 것이 일상과
좀 멀어져 있지 않았겠나 싶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더 소중한
그런 것들이 많기에 자잘한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있어
그냥 지내고 사는 게 아닐까
삶의 습관의 차이라고나 할까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찾아
불철주야 그분을 따르다 보니
유대인이지만 유대의 율법을
지킬 그런 시간도 습관도 잊은
그들로 보이는 게 뭐 틀렸나
자신들이야 여러모로 여유로워
안락하게 뭐든 다 할 수 있지만
이를테면 주일엔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않아도 되는 그들과
주일이라도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그들과 어떻게 비교할 수 있나
이에 그분도 장황한 설명과 함께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을 향해
제발 겉으로만 사람을 판단하지
말기를 간절히 청하면서
모든 걸 법과 규정 등으로
판단하지 말기를 논하는 것이다
머리와 마음속으로는
온갖 죄를 다 짓고 있는 것들이
겨우 손과 그릇가지고 시비를 하니
그냥 어허 웃을 수밖에?
이인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