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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길을 가는 사람(4/8화)
자기가 어른이 되어야만
부모의 입장을 아는 것처럼
그분이 죽어가는 과정에서도
알지 못한 것을 죽음의 길
그것도 십자가에 매달고
난 뒤에서야 아니 그럼
저분이 진짜 천자이신
그리스도로 왔던 구원자로
깨닫는다는 건 참 어리석다
그나마 알고 고백하는 이들
그들은 참으로 다행이지만
끝까지 그걸 부정하는 이들
도대체 이들은 무엇인가
모세가 이집트에서 탈출할 때
그렇게 어깃장을 놓고
생떼를 써가면서 난리법석
그러나 그는 자기를 위해서
그런 고난의 길을 만들었던가
자신은 구리 뱀을 달아 올려
구원과 승리의 길이 뭔지를
정확히 다 안내해 놓고는
그 아래서 장렬히 떠나갔다
그래서 가나안 땅이 눈앞에
그리고 영원한 안식을 향한
그런 고난의 길을 마감했다
그것은 이스라엘의 작은 예표
그렇다면 그분은 구원이라는
대장정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그런 그분을 구리 뱀이 아닌
실제 당신을 십자가에 매달아
저렇게 요르단강이 피범벅으로
흘러넘치게 한 역적이 된 후
그럼 우리가 하느님의 아들을
십자가에 못 박은 것이라고
우리는 이 길을 갈 때마다
나 또한 그런 길을 간 것을
늦게 깨닫고 마음을 찢는다
미리 좀 깨달으면 안 되는 것일까?
이인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