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부음 받는 순간이란(4/6목)

 

주님께서 기름을 부어주시니

그분의 영이 내리는 가운데

저절로 축성이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기름 부음 받은 이들

그들은 그분처럼 거듭나서

평소의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

그런 차원에서 일들을 행한다

두루마리에 적힌 복음 그대로

삶을 실행하는 그런 사람이며

그 삶의 길은 언행일치의 삶

그 깊이가 짐작을 초월한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주고

눈먼 이들에겐 개안의 희망을

억압받는 이들에겐 해방선포를

이렇게 주님처럼 은혜의 선포가

가능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특권

이것이 기름 부은 받은 이들

그들이 행하는 권리와 특권이다

그런데 이런 권리를 받는 순간

과연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나

많은 이들이 긍지를 가지지만

커다란 부담을 지니고 있기에

그 권리와 특권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피하고 싶은 유혹도 있다

聖人으로 향하는 김수환 추기경

그분은 그 순간에 정말 미안했다

그가 원했던 건 소박한 가정

그러나 이젠 완전히 다른 길로

향했기에 모든 걸 포기하고

오로지 그분의 길을 가야 했다

그럼 나는 어떤 생각을 했는가

그 순간이 너무 황홀한 건 사실

그랬기에 욕심이 너무 과했을까

그냥 그 상태로 하늘로 향하면

최고라고 잠시 욕심을 부렸다 

왜냐하면 가장 순수한 순간이라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나 할까.

 

이인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