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영보(聖母領報)을 관상하며

천사가 하느님의 잉태를 알림이
영보 중의 영보이다
가브리엘 천사가 하늘을 뚫고 
마리아의 방문을 노크할 때
그 누가 하느님이 세상으로
내려 올 것이라고 생각 했겠나
인류가 그렇게도 바라고 바랐던
하늘로부터의 방문은 대단한 것
인류의 소원이 한 방에 이뤄졌다
그러나 그 순간이 찰나라 해도
마리아에겐 얼마나 난해 했나
그래서일까 그녀는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 한 마지막에 기꺼이 
오케이 마음의 도장을 찍었다
이 도장은 간단한 도장이 아니다
자신의 생명과 교환하는 것이기에
하늘과 땅은 기뻐 뛰놀았다
하느님이 지상으로 내려오는 것
처녀가 돌에 맞아 죽을 각오로
성령으로 잉태에 잉태를 하는 것
이 모두는 신비 중의 신비이다
이 신비를 무엇으로 꿰뚫나
이걸 세상의 눈으로 본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된다
해서 천사의 눈과 하느님의 마음
이것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하늘에 오르던지
하느님께서 내게 내려오시던지
둘 중의 하나가 이뤄질 때만
그분은 확실한 표징을 
내 가슴에 확실히 박아주신다
이건 하늘의 기름을 부어 받는
그런 사람이 누리는 특권이다
세례와 성령 안에 내려지는 그 무엇...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