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돌아만 와줘라

가던 길이 영 잘못됐다면
그 길이 어떤 길이든
정말 멈추고 돌아오라
그분은 나 같은 존재가 아니다
말 그대로 회개하고 
간 길을 그대로 오기만 해도
그분은 더 이상 안 묻는다
그 죄가 제 아무리 크다 해도
그분은 그분 등 뒤로 
다 던져 버리시고는
새 출발하도록 도와주신다
세상에 잘못안한 사람 몇 있나
거기서 거기라고 한다면
열심히 산 사람은 참 억울하다
그러나 개돼지가 먹는 걸
먹고 산 사람의 비참함
그걸 대신 이해해주길.. 
근데 그것도 내 몫이 아니다
용서와 자비와 재출발은
내가 아니라 그분께서 주신다
지금은 ‘나 잘 살았어요’ 보다는
그냥 그분께 돌아가는 길
내 인생 길 그 자체를 
몽땅 봉헌하는 때이다
잘했으면 잘 한 그대로 
못났으면 못난 그대로
대역 죄인이면 또 모습 그대로
몽땅 나를 그분께 열어 보이는
그 자체가 소중한 때이다
더 이상 왈가불가할 것도
편을 갈라 싸울 필요도
다 필요 없는 때이다
꼭 하나 필요한 것은
그 분께로의 귀의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