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를 내리며

삶의 무게를 가득지고
살살 들판을 걸어본다 
온화한 바람으로 걸을 만 해
갈수 있는데 까지 가본다
들풀들과 실 장어 종달새
온갖 애들과 이야기하다보니
어느 새 삶의 무게가
어디론가 시간과 함께 
여행이라도 떠났는지 
그냥 탁주 한사발이라면
족히 마음 까지도 비워질 기세
바람이 머무는 그곳 끝에
빈 주막 같이 고요한 곳
몇몇이 도란도란 술보다는
대화가 좋아 정겹다
이니들도 나처럼 삶의 무게를
바람에게 다 얹어주고
마지막 남은 마음의 무게까지도
탁주 한 사발과 대화 속에서
다 기화시키는가 싶으니
은근 기대가 차오른다
주모의 입담도 입담이지만
카하고 꼴깍꼴깍 넘어가는
그 기가 막힌 탁주 맛에
막혔던 기가 다 뚫리고
잿빛하늘도 푸르러 오는 걸보면
신선대가 따로 없다
역시 내가 만났던 바람은
프네우마 성령이 보내신 분
그분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 짧은 천상의 삶에
모든 찬미와 감사를 띄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