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인 양식

한여름 땡 볕에 나가봐라
한 시간이 아니라 한 삼십분
정말 더워 죽을 지경이다 
해서 열대지방 사람들은
아침이 무척 빠르다
아침에 일을 하지 않으면
양식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가
쉽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니 열대지방 사람들이 
일 안 하고 게으르다고 
마구 뭐라 할 수 있겠는가
산을 올라보라 동산이야 쉽지만
삼천 미터가 넘는 설산의 등산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건 기본
문제는 산소가 희박해 지는 것
정말 한 걸음 나아가기도 천근
그래도 그 길을 가는 건 
자신과의 투쟁과 정상의 참맛
정상에 오르는 순간 천상의 맛
그건 분명 또 다른 일용할 양식
해서 사람은 빵만으로 살기보다
정신과 영적인 양식이 필요하다
물론 동시에 다 필요한 것이 맞다
사람이 깨달음을 얻으려면
영적인 시간의 한계를 넘지 않고
그 끝에 나아갈 수는 없다
수행의 시간들 안엔 적어도
기본적인 물과 빵이 필요하고
자신을 정화하고 그분과의 대면
그 내면의 시간들이 자리 잡고
마지막에 맛보는 참 희열
그분께서 내려주시는 참 만나
그것이 그분의 몸이자 빵이고 성체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