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발자국(7/5수)

 

하늘이 내린 사람 김대건

크게 세울 인물이다 

과연 그는 그렇게 살다 갔다

좀 아쉬운 건 25세의 꽃

꽃을 다 피우지도 못한 채

한강 변 새남터를 핏물로

수놓은 그대로 나비가 되어

하늘로 날더니 하늘의 별

그것도 왕별이 되어 이 땅을

오늘도 이렇게 빛내고 있다

돈 많아서 떠난 유학이 아닌

오로지 이 땅에 하늘의 문

그것을 온전히 열어 보자고

떠난 어리고 어린 시절의

유학과 중국 프랑스 라틴어

그 난관을 다 뚫었지만

서해 바닷길의 관문은 정말

힘이 든 그런 고난의 뱃길

그땐 가는 사람이 주인인데

그럼에도 그리 난해한 사람들

뭘 그리도 꼭꼭 걸어 잠그고

역행한다 싶으면 옥에 가두고

결국은 하늘로 보냈다 

따지고 보면 천하를 빛낼 

그런 유익을 넘어 하늘의 별

보화를 낳는 보물이었는데

그들은 사리사욕에 눈멀어

하늘의 사신을 무참하고 

비참하게 가녀린 싹을 베었다

실은 싹을 벤다고 그 싹이

어디로 떠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들은 어찌 몰랐을까

베어진 피의 싹은 들풀처럼

훨훨 타올라 천하를 십자가로

또 거룩한 성화와 성가로

꽉 채우더니 이제는 이 땅을

하늘로 향하는 관문으로 세웠다.

 

이인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