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다 내려놓으신 분(4/7금)

 

무엇이 그들을 분노케 해

그분을 이렇게 고통 속으로

집어넣은 것으로 부족해

가야파 헤로데 빌라도 등

심문에 조롱에 고통까지 

하루 만에 모든 걸 해치워

결국은 십자가의 길을 간다

십자가에 매달린 긴 고통

참기가 얼마나 어려웠으면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그리고 몽땅 다 이루어졌다

이제 그분은 모든 걸

아버지 앞에 내려놓았다

마치 흐트러진 꽃 마냥

더는 인간이라 할 수 없는

그런 초라한 상태로의 환원

그래도 그 고난의 큰길을

묵묵하게 잘 견디어 냈다 

어떻게 이걸 다 견디었을까

가냘픈 초목들이 긴 겨울을

몸소 다 이겨내고 꽃피우듯

그분은 이제 꽃 필 시간만

기다리는 그런 어린양이 되어

아무 말 없이 긴 침묵 속에서

아버지와 대화를 이어가듯이

세상을 고요 속에 잠기게 했다

그래도 한때는 세상을 호령했고

난다긴다하는 모든 걸 섭렵해

온 세상을 구원하는 길이 뭔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행했었다

그 행함이 너무 지나쳤나 싶어

다시 복귀해보는 이 시간

역시 권력자들의 눈에 거슬려

결국은 형장의 이슬로 화한

이 순간엔 대부분이 떠났고

힘없는 마리아들과 벌 나비들

그들이 함께하며 잠 깨우라고

그 고통의 시간을 두드린다.

 

이인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