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리를 향하는 마음(11/4토)

 

요즘은 각자 사는 세상이라

과거에 묶인 사람이 안 많다

그리고 자기와 관계가 없으면

아예 신경을 끊고 살아간다

그래도 아직 정치인들 중엔

이런 형식적인 틀을 강조하기에

자신이 윗자리에 못 앉으면

아예 화내거나 자리를 떠난다

현대의 시류와 반대로 가는 

그 모습을 일반인은 다 아는데

혼자서 그걸 주장하고 있으니

그래서 세상의 흐름에 낙오

그래도 좋다고 싱글벙글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분을 본다

그분은 이미 그 옛날에 

그런 자리에 연연치도 않았고

아예 낄 자리가 아니면 가지도

않은 그분의 모습이 빛난다

그분은 그랬다 도움을 줄 자리

그런 곳이라면 일등으로 갔으나

부담되거나 난해한 자리는

아예 거부하는 게 상식이었다 

그랬기에 그분은 식별의 대가

또 분쟁과 화와 죽음이 있는

그런 곳엔 언제든 먼저 가시어

그 화와 불을 끄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우선으로 살려냈다

그러니 윗자리를 찾을 시간

그 자체가 없었다고 할 수밖에

그래서일까 그분은 폼을 잡고 

거들먹거리는 사람들과는 

아예 말을 섞지를 않으셨으니 

그들에겐 늘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래도 그들 중에 자신을 낮춰

가까이 오는 그 사람을 향해서는

언제든지 자신을 오픈하셨다

깐깐하지만 확실하신 분이셨다.

 

이인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