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대의 등불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보며
또 다시 놀라는 것은
그 옛날 조선 신유박해 때
그것도 유배자로서의 연구
흑산도에서의 어패류 연구
현실을 등진 것이 아니라
민초들 안에서 실사구시를 
온전히 살아 냈다는 것이 
그 얼마나 큰 열정이며
하늘을 감동시키는 일인가
그때 이미 중국의 어보들을 
섭렵하여 우리 바다의 어패류의 
전문서적을 만들어 냄으로 해서
어촌계 사람들을 살찌게 했다
바다를 인류 무관류 개류 잡류
이렇게 큰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민어 숭어 농어 도미 70종으로
홍어 복어 오징어 등 40종으로
거북 게 조개 등 60종으로
거기다 해충 해류 해수 해초까지
바다를 다 섭렵하는 가운데
늘 산에 올라 하늘과 바다를 
자신의 신비의 터전으로 만들어
어촌계 사람들의 등불이 되어
삶의 좌표가 되어 주었으니
그의 집 문 앞엔 술과 안주가
마를 날이 없었다 한다
이래서 사람은 깨어 있을 때
자신의 가치와 하늘의 뜻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엮는다
정약전이 신앙인이 아니었던들
하늘과 민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