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내 것을 버려야

손에 쥐기를 원한다면
먼저 내 것을 버려야
손과 마음에 채워지는 것
그 무엇이 들어설 수 있다
인생은 어차피 빈 수레
그러나 왕성한 때는 
자신을 비워 둘 수 없다
그게 인간의 본 모습이다
자연도 다 그렇다
저렇게 무성했던 진초록이
아직 영하도 아닌 찬바람에
낙엽으로 날리는 걸 보면
참 아름답기는 하지만 
인생무상을 읽을 수 있다
해서 하나를 깨달아도 
온전히 깨달을 수 있을 때
하늘의 문을 열 수 있다
고질병과 죽을병에 걸리면
제 아무리 첨단의학도
치유가 어렵긴 마찬가지다
허나 그분을 제대로 만나면
오늘 평생을 앓아온 여인도
한 마디 ‘병에서 풀려났다’
그리고 ‘손을 얹은’ 것이 다다
그분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한가
인간은 사랑과 시기질투
둘을 섬길 수 없음이다
회당장처럼 사람들을 묶으면
끝내 아무 것도 못하나
자신이 가진 것을 다 풀고
자신의 생각이 다 옳다는
그 자체를 버리는 순간
분노로부터 사랑이 싹터
그분의 치유의 능력이 발휘 된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