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분을 잘 알까

가을 산에 불이 났다
훨훨 타오르는 형형색색
무엇이 이보다 아름다울까
그래서 이렇게 예쁜가 보다
아무리 대단한 화가도
이렇게 큰 불을 지를 순 없다
그건 생물이자 자연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따를 수 없고
그 안에 그분의 향기가
동시에 불을 뿜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도 똑같다
다 같을 것 같지만
같은 마음은 하나도 없다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안에 그분의 조화와 질서
이것을 숨 쉬게 하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이다
다만 그분을 따르는 강도(剛度)
그 것에 의해 영의 열정이
나래 펴듯이 퍼져 있다
마리아와 마르타를 바라본다
우리 눈엔 누군가가 더 좋다
그분 눈에 보이는 건
둘 다 꼭 필요한 존재이며
앞뒤 선후가 아닌 존재자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이다
영적인 것이 필요하다면
때론 그 영적인 것을 지지할
지지대 또한 필요한 것이다
부엉이가 부엉이인 이유는
낮의 눈보다 밤의 눈이
밝기에 다른 시야가 있다
모든 걸 자기 것으로만 평가하면
그 사람은 언제 그분을 볼까.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