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과 그분의 때

단식 이야기만 들어도 어!
그만큼 힘든 것이 단식이다
스스로 먹는 기쁨의 반납
이게 바로 단식이다
그러나 단식은 수단이지
절대로 목적은 아니다
단식을 해야 할 이유
그것이 존재할 때 단행 한다
그리고 목적이 완성되면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단식
그자체이고 본연의 모습이다
사실 인생의 끝이 단식이다
곡기를 끊으면 목숨도 끊어진다
해서 훌륭한 어르신들은
때가 이르면 곡기를 끊으신다
더 이상 산 사람들에게 신세 안지고 
편안히 하느님 품으로 가신다
해서 사람들은 사생결단을 낼 때
단식에 돌입하곤 하는 것이다
판자촌의 대부였던 정일우 신부님
그분은 대단히 훌륭하셨다
그 훌륭함이 결단에서 나왔는데
그 결단이 바로 단식에서 였다
일 년에 한 차례씩의 단식
그것도 담배를 태워 가시면서
근데 세월엔 장사가 없었나 보다
너무 긴 단식을 하셨나
어느 날 일어나시질 못하셨고 
결국은 병원엘 가셨는데
전해질(氣)이 바닥을 드러내
기운을 재충전할 수 없는 상태
결국 완전 노인이 되셨지만 
삶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셨다 
해서 단식엔 다 때가 있는 것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