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철부지

간혹 개천에 용 난다는 말
그것도 옛 이야기가 됐다
그만큼 난세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잘 나가는 사람은
거침없이 잘 나가고 있다
물론 그만큼의 땀의 결실
그 자체가 분명 맞으나
그 고뇌의 시간들이 어느 정도
참 빛을 발하느냐가 소중하다
왜 그분은 잘 나가는 사람들
그들을 곁에 두고 딴전 피시나
‘지혜롭다는 자들을 지우시고’
‘철부지들을 드러내 보이시니’
그분의 깊은 뜻을 어찌 알랴
이건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
그리고 그 안에서의 신비
그걸 관상 속에서 맛보지 않고
쉽게 통달할 수 없는
선문답 같은 말씀
허나 그 안에 참 맛과 멋
삼복 무더위 속에서도
그분의 참 모습을 뵈면
간담이 서늘하면서도
희열이 올라옴은 뭘까
해서 누추하고 가난해도
그분 닮은꼴이 되면
철부지 속에 피어나는 빛
그것이 뭔지를 알게 된다
그것을 위해 때론 일부러
그분의 철부지가 됨이
큰 기쁨이라는 걸 안다면
이보다 더 큰 기쁨
어디서 또 만날 수 있을까.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