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마음의 밭

 

씨뿌리는 비유를 보며

그분의 밭을 바라본다

맑게 비워 놓은 밭인데

벌써 초록이 일렁임을 보며

역시 비워야 채워짐을 본다

왜 늘 맑게 비워야 하는지

그걸 잘 알 수가 없었는데

뭔가 깨달음이 다가온다

버리고 나면 당장은 편하나

시간이 지나면 또 필요 해

연연해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그런 난 다람쥐 쳇바퀴인가

그래도 분명한 것 하나는

깨달을 때까지 비우는 것

그것 하나는 분명하다는 것

그분 앞에 제자들을 보라

얼마나 많은 오류와 실수를

오죽하면 스승이 죽어서까지

그들을 챙기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사태까지 가지 않았나

해서 비움과 깨달음은

죽기 전까지는 쉽지 않은

수행의 모든 것이란 걸

알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그만큼 씨뿌리는 비유가 바로

깨달음의 시작임을 보라

씨도 밭도 다 중요하고

잘 다듬어진 밭 위에

아주 똘똘한 씨가 뿌려지고

백배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는 그 마음

그것이 바로 수행자의 마음

그것과 너무 유사한 것 같아

맑은 마음의 밭 위에

수도원을 새겨 놓고는

그분의 마음심()을 새겨 본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