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급제가 대수인가                   

이벽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그리고 모든 것을 갈아 업는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아비의 입장에서 보면
아들이 완전히 미친 것이다
아니 어떻게 서학인지 뭔지
그것에 빠지더니 확 가버렸다
사람이 죽어야 부활을 한다고
다 헛되고 헛된 것이라고
과거급제가 뭔 대수인가
그것보다는 이타적인 삶과
깨달음의 삶이 우선이라고 
남인들 중심으로의 새 세상
천진암 주어사의 강학회가
그 시발점이 되었다 
가성직제도를 시작으로 
온전한 조선 가톨릭교회의
태동을 알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피바람
온갖 고난과 죽음의 난무
그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마치 유다 갈바리 산에서
그분이 처절하게 당한 
모습 그대로를 재현했다
천주쟁이라고 친척들로부터
온갖 학대를 다 받아가면서
구전에 구전을 통해서 내려온
그 모든 것들이 상재상서로
총정리를 이루는 가운데
사람은 왜 하느님을 믿고
나라는 백성들에게 왜
종교의 자유를 주어야 하는가
굶어 죽은 젖먹이 때문에
잠시 명줄을 놓아 배교하지만
아들이 형이 신부가 되는데
어떻게 어머니가 배교를.. 
배교를 취소하니 사형구형
어머니를 한 번에 죽여 달라고 
구걸한 쌀을 뇌물로 쓰는 아이들
이것이 조선교회의 서막이었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