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조상님께 청하며                     

조상들의 묘 앞에 선다
고요만이 맴돌고 있다
가끔 벌 나비가 날아와
이제 나도 살날이 별로
하며 먹을 것 좀 달란다
혹시 조상들의 혼이 
제들 안에 좀 있으려나
달달한 것을 조금 남긴다
바로 찾아가는 그들을 보며
또 한줌의 흙으로 돌아간
조상들을 바라보며 웃는다
어차피 저렇게 될 것을
뭣 한다고 시비를 가리나 
조은 게 좋다는 그런 것
그건 아니지만 거룩함
그것을 생각하며 살자 
기억나는 데로 묘를 살핀다
죽어라 모으기만 하고 
한 푼도 제대로 못 쓰고 간
사촌동생이 선하게 보이고
죽어라 아파서 힘들어 했던
동생이 그 옆에 누워서 
괜찮아 여긴 안 아파하며
오히려 산 자들을 달랜다
그 위에 부모님이 나란히
풍정골 밭을 매며 도란도란
이야기 하듯 뭔가 말 한다
추석은 추석인데 이상하다
모두들 다 모이질 못하니
아마 조상들도 이상타 하며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나.. 
미안합니다 코로나 19가 
완전히 세상을 바꿔 놓은
한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쪽은 그마나 좋으실 테니
그분께 아뢰어 주십시오
인간들도 선하게 살 테니
이제 코로나도 거둬가 주십사 말입니다. 

이인주

추석 한가위 구름 사이로 보름달 보며
지금까지의 모든 것 다 봉헌하시고
거룩하고 행복한 하루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