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를 맺으려면

그분이 보는 눈은 정확했다
대충 보는 것이 없었기에
나무 한 그루까지 잘 살폈다
잎만 무성하고 열매가 없는
무화가 나무를 바라보며
혀를 차는 모습을 관상해 보라
얼마나 많은 열매를 맺는지
텅 빈 마음만 부여잡고 있다면
무엇이 나를 쭉정이 화 했나
유스티노는 잘나가는 철학자
그 당대에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 할 그런 인물 이었다
그럼에도 진리엔 목말랐고
삶에 끝에 대한 물음
그것엔 빈약함을 발견하고
자신보다 뛰어난 석학 현자
그들에게 귀동냥을 해 본다
허나 그들은 물욕에 어두워
자신만도 못하지 않은가 싶어
하늘 향해 중얼거려 본다
어디 가서 누굴 만나야 하나
시원한 소나기 같은 물줄기
나의 맘을 적셔줄 이 없나
다 지쳐 넋이 나갈 무렵
바닷가 산책길에서의 한 노인
아무 말 없이 다가와서
한 권의 책을 건네주고
어딘가로 멀어져가는 뒷모습
그 안에 ‘성경’ 진리의 말씀
눈과 마음을 크게 뜨고
여생을 함께 정진하니
진리도 하늘도 보이더라
성경이 지천에 놓여 있으니
남은 생을 어떻게 정진할거나.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