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향기가 나는 사람

주군이 누구냐에 따라서
그 공동체의 승패가 갈리듯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 해도
주어진 임무를 어떻게 하느냐
이 영역이 대단히 중요하다
기초가 튼튼하면 센 태풍이 와도
믿는 구석이 있기에 안심하나
부실공사로 좌불안석의 건물이라면
작은 지진 하나에도 전전긍긍이다
해서 백성 한 사람 한 사람
그들이 올곧은 마음을 지니면
엉뚱한 주군이 있을 수 없기에
모두가 서로를 신뢰하게 된다
즉 하느님 나라의 부자관계
이 영역을 관상해 보면
이래서 이분이 찐하게 어필했구나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 받은 이가 주인보다 높지 않다’
이걸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인격자이고 참 신앙인이다
서로가 믿고 따를 수 있을 때
그 공동체 안엔 천상의 향기가 난다
아무리 부귀영화와 돈이 많다 해도
마음속이 빈 강정이라면
그 곳으로부터 천한 오물들이
폐수처럼 흘러나올 수밖에 없고
거기에선 믿음을 찾을 수 없기에
주군도 주인도 신하도 없다
그 공동체는 이미 썩었기에
어쩔 수 없이 쟁기로 갈아엎고
다시 새 농사를 지어야 한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