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창 두드리는 소리

정말 모든 걸 다 줘가며
옥이야 금이야 키웠는데
아빠가 내게 해준 게 뭐야
엄마는 우리 엄마 맞아
완전 속 뒤 짚어 지는 소리
이땐 뭘 어떻게 해야 하나
평생을 한 사람만 바라보며
온 정성을 다 퍼부었건만
돌아온 건 빚더미에 배신
또 이럴 땐 어떻게 하나
야! 이 사람아 뭘 어떻게 
나의 모든 걸 다 바쳤는데
육적으로 모자라 영적으로도
통째로 다 내어주었건만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니
말 그대로 환장할 노릇이다
태양을 봤으면 생명의 근원이
그 빛에서 온다는 걸 알 듯이
나의 신비스럼까지 다 보고도
아버지를 뵙게 해 달라면
내가 어디까지 네게 주마
이제 내게 남은 건 생명 뿐
그럼 그것까지도 가져가라
아마도 이 말을 해도
봉창 두드리는 녀석들은
여전히 말할 것이다
아버지를 뵙게 해 주세요
오죽하면 그분께서 왈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
그러니 제발 날 믿어라
그러면 네가 내 이름으로 
청하는 모든 것이 이뤄진다
이렇게 그분은 완소(完燒)했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