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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하지 않고서는(옛날이야기)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한 번 떠났으면 지워라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다보는’
그냥 영적여정에 나섰다면
더 이상 뒤를 보지 말고
항구히 쭉 길을 가라는
그분의 말씀에 대해
많은 이들의 반응은
야! 참 독하다
무엇이 인생인가 하고
반문하게 된다
수도자의 길에 들어와
아직 강한 그 뭔가가
나를 사로잡고 있었음에도
민다나오 오지 삼보앙가 이필
어머니에 대한 부고 한 장
시간을 계산해 보니 늦었다
이미 장례식이 끝나는 시간
통신시설이 없어 마음만 바빠
발을 동동 구르며 공항으로
그러나 나를 위한 표는 없고
미국 선교사들의 기도와 위로
그리고 아주 고독한 시간 속에
사는 것이 뭔가
유교의 집안이라 그런가
아 불효를 했구나
그런데 한편으로 들어오는
그럼 애당초 왜 떠났는데
그땐 정말 맘이 엉망이었다
그래도 그분은 다 찢어진 맘을
어루만져 주시면서
이미 떠나신 모친의 영혼이
하느님 나라에 잘 갈 수 있도록
기도하라 하셨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