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기는 이의 깊이 

자연은 맡길 줄 안다
안다기 보다 자연스럽다
풀이 잠자는 걸 봤나
기지개 켜는 걸 봤나 
웃긴다고 할 수 있겠지만
고속카메라로 촬영 해 봐라
그럼 구라가 아님을 
보며 놀라게 된다
다람쥐와 대화가 되나
해보면 정말 친하다
사람을 믿는 순간 다 맡긴다
돌과 물과 바람 흙
애들은 맡김의 도사다
그건 짓어 댈 입도 없어
반항 못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냥 하겠다는 존재들에게
자신을 몽땅 맡기는 것이다
자연과 하나 됨을 그냥
그분처럼 맡기는 것이다 
믿음이 있든 없든 맡긴다
거기서 큰 믿음이 보인다
그분은 자연과 그리고
말 못하는애들 
먼저 그들과 하나가 되었다
해서 인간은 잘나 보이지만
맡김의 차원에서 보면
정말 하수가 맞다
내가 바로 하수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