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의 참 자유(7/7목)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쉬운 말 같으면서도 어려운

이 말씀 앞에 고개를 숙인다

내어주는 것에 대한 어려움

이것이 나의 내적자유를 

크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비워본 사람은 안다

그 비움의 큰 자유가 뭔지를

그러나 완전히 비워본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에 참 어렵다

경험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부부싸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누군가 한쪽에서 져줄 때

그 싸움은 멈춰지고 화해의 

싹이 비 온 뒤에 벼 자라듯

쑥쑥 자라서 행복의 열매를 

가을 나락 수확하듯이 얻는다

지금은 소록도가 섬이 아니다

다리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한센인들의 유배지이자 치유

사실 격리가 필수이기에 꼭

격리해야만 했던 그 시절

그래도 자신을 완전히 비운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다

마리안과 마가렛트 수녀님

그분들은 빈자이자 천사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몽땅

소록도를 위해 봉헌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찾아들어

70대가 되자 홀연히 연기처럼

기도 속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마지막 삶을 그분과 함께 

기도 안에서 봉사할 수 있기를

그분께 간구하면서 말이다 

거저 받은 것이 무척 많았기에

아무 조건 없이 다 내어주고

산소처럼 무언 여행을 떠났다. 

 

이인주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