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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빨아주시는 그분

얼마나 못 믿었으면
삼 세 번씩이나 물으셨을까
‘내 어린 양들을 돌보아라’
못 믿을 수도 있었겠지만
당신의 부재에 대한 한탄
거기에서 나오는 미래에 대한
불투명과 불 확신의 문제들
이 모든 것들이 주마등이 되어
스쳐 지나가는 가운데서의
그분의 착잡한 심정이 보인다
애비 애미 없는 어린 자녀들
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 저 끝으로부터 짠하고
후벼 파는 찐한 통고
이래서 어른들의 말씀을
온전히 듣고 헤아리고
그분 마음 위에 내 마음을
두 겹의 창호지가 포개지듯
마음을 다해야 하나보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세 번 확인 사살하셔서
시몬의 마음이 거덜 났지만
그래도 시몬의 과거는
깨끗하게 빨아주신 그분
그리고 당신의 모든 것을
시몬의 두 어깨에 내려놓으시고
갈 길을 가신 것 아니신가
사람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모든 걸 용서해 준다는 것
그게 얼마나 크고 어려운 것인지
그분은 시몬을 통해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 계신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