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그림자(分身)

기도에 깊이가 있고
기도에 집중하고자 하면
그분의 그림자처럼 돼라
즉 하느님 나라 옆에
머무는 사람이 결국
하느님을 뵙는 것처럼
누군가의 그림자가 되면
반드시 충족하게 된다
성경에서 모델을 찾는다면
바로 사도 요한이다
그는 그분의 그림자다
늘 그분 곁을 따라다녔고
그분의 굳은 일을 다 봤고
그분이 필요한 것이 뭔지
다 읽을 수 있는 그런
아주 훌륭한 제자였다
절대 나대지도 않았으며
알아도 한쪽 눈을 감고
선배들을 향해 기다렸다
오늘 복음의 무덤가에
머물면 답이 보인다
그는 젊고 잘 달리기에
수석제자보다 먼저 갔지만
절대 먼저 보지 않았다
뭔가를 알고 있지만
형님이 먼저 보실 것을
기다리는 그런 빈자였다
그뿐인가 요한은 겸손했다
그리고 상황을 잘 판단한다
그랬기에 그분도 마지막에
요한에게 모친을 맡긴다
기왕 그릇이 되려면
마지막을 책임질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거듭난다면
그분께서 가장 사랑하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된다
하늘과 그분이 기억한다면
더 이상 뭘 바라겠는가.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