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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땀을 흘리는 존재들(11/8화)
들국화는 가을의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한마디 없어도 예쁘다
저는 보잘것없는 종이입니다
그냥 이 자리를 빛낼 뿐이다
보는 이를 즐겁게 하고 또
벌 나비에게 꿀과 향기를 줘도
겸손하게 할 일을 했노라고
수줍어하는 그들이 너무 예쁘다
어디를 가도 말없이 봉사하는
그런 사람들이 숨어 일할 때
공동체는 향기를 발하는 법
늘 조용히 공원의 낙엽을 쓰는
희끗희끗한 백발의 노인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연해 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기처럼
새벽의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쓰레기를 치우는 분들이 있기에
우리는 이렇게 깨끗하게 산다
농촌에서 한여름의 구슬땀 덕에
우리는 맛있는 쌀밥을 먹는다
바야흐로 날씨는 초겨울로 들어
저 깊은 땅속으로부터 퍼 올리는
원유와 가스가 있기에 따뜻하다
우리 각자는 소리 없이 자리에서
나름 땀방울을 흘리고 있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살아간다
그리고 그 뒤에선 우주의 신비
이것을 돌리는 그분이 계시기에
우리는 평화를 누릴 수 있다
간혹 생떼를 부리는 이들이 있어
좀 기분이 나빠 미간을 찡그린다
이들이 없으면 좀 심심해지려나
그래도 이런 이들은 누군가가
빨리 데려가면 참 좋겠다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게다
그래도 믿는 나이기에 그분 향해
저들에게도 사랑의 빛을 비추시어
겸손의 삶을 살게 하락하소서.
이인주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