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정성과 배려
어떤 날은 날아갈 것 같지만
또 어떤 날은 장맛비에 젖은
새들의 날개처럼 무겁다
내가 누구를 향해 뭐라 하나
나 하나도 제대로 못 하는데
그래도 인간인지라 그냥 싫다
싫은 게 크게 이유가 있는가
미워지는 그 마음을 잡는 것
때론 그것도 하나의 큰일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
좀 있다고 폼 잡고
좀 많이 배웠다고 뻐기고
칠십 후반 가면 다 휴지처럼
날리고 또 날리다 말텐데
나도 한 때 안 그랬나 싶어
가능한 한 다 낮추고 또 낮춰
그래도 어떤 이는 나를 향해
뭐라 하니 난들 어떻게 하나
그냥 오늘도 또 낮출 수밖에
이 말 자체가 건방져 보여
안빈낙도를 어떻게 구가하나
아 그랬구나 옛날엔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 줄도 알았는데
점점 시야가 좁아지는 것일까
운신의 폭이 작아지는 것일까
주변만 뱅뱅 돌고 있는 나
마치 빠져나가지 못하는
개울가의 소용돌이 갔다
자기들끼리는 다 나누면서
옆 사람과의 나눔도 어려운데
뭔 수로 원수를 사랑하나
허긴 형제들과도 못 나누는데
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이럴 때 일수록
형식적으로라도 불우이웃이
누구인지를 한번 돌보는 그런
작은 성의가 그분 뜻 아닐까..
이인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