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자비를 입어라   

집 앞 감나무를 바라본다
아직 새순이 나오기엔
너무 이른데도 새들 날아와
뭘 그리 조잘대고 있는지
허긴 지내들 놀이터에
마지막 먹이까지 주었으니
감나무가 고향과 같을 게다
긴 겨울엔 마지막 홍시를
새순이 나오면 새순부터
감꽃까지 다 먹으라고 준다
그리고 탐스럽게 익은
감들을 사람이 먼저 개시하고
맨 위 것은 곤충 새들 차례다 
이렇게 감나무도 소리 없이
자신의 것을 몽땅 내주거늘
그분의 모상이라는 인간이
내줄 것을 주저 한다면
많이 부끄럽지 않겠나 싶다
허긴 누구도 가져가지 못해
결국은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그 길에 
마지막 영혼 하나 만이
그분 뒤를 따른 다 안 했나
허니 그분 따라 닮아 보자
그분은 말 하신다
자비를 입으려면 베풀라고
자비를 입는 다는 것은
옷 입듯이 하면 쉬운데
있는 폼 다 잡고 하려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냥 그분 시키는 대로 하라
심판 단죄하지마라 하면
안 하면 될 것이고
용서해 주라하면 눈 딱 감고
억울타 싶어도 용서해 주면
어느 새 나도 감나무처럼
나눠 주고 있을 것이고
나눠 준 자리에 자비가 있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