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준비했나(11/23화)

 

때가 올 때 나는 행복한가

어느 때가 다가와도 오케이

이럴 수 있는 분이라면 

정말 만사 오게이가 된다

인생의 끝이라는 것에 대한 

깊은 사색에 잠겨봤는가

어디까지 관조 했었는가 

먹고 살기도 힘든데 하며

뭘 그런 생각까지 하는가

오히려 그런 분이 행복할까

근데 여기든 저기든 삶이란

어떤 삶을 살았었더라도

그 끝자락은 있게 마련이다

그렇게 풍요로웠던 나무의

잎들이 몇 잎 안 남았다

그래도 그들은 내년을 기약

하며 소리 없이 땅으로 

또 땅으로 내려앉고 있다

사각 사드락 소리와 함께

인생도 그들과 별반 안 다르다

해서 우리는 한 번씩 묻는다

내가 살아온 삶은 괜찮냐고

그분은 노골적으로 던진다

성전에 돌 하나도 없다고

다 망가지고 무너지고 폐허

반드시 그런 때가 온다는 것

즉 건물이 될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당신의 최후이고

또 우리들의 최후를 말한다

스피노자는 우리에게 던진다

아주 현실적으로 마지막 때

그때를 잘 준비하라고 말이다

‘내일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

이 말을 위해 스피노자는 

모든 것을 준비했다는 의미이다. 

 

이인주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