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551
모든 걸 다 내려놓으신 분(4/7금)
무엇이 그들을 분노케 해
그분을 이렇게 고통 속으로
집어넣은 것으로 부족해
가야파 헤로데 빌라도 등
심문에 조롱에 고통까지
하루 만에 모든 걸 해치워
결국은 십자가의 길을 간다
십자가에 매달린 긴 고통
참기가 얼마나 어려웠으면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그리고 몽땅 다 이루어졌다
이제 그분은 모든 걸
아버지 앞에 내려놓았다
마치 흐트러진 꽃 마냥
더는 인간이라 할 수 없는
그런 초라한 상태로의 환원
그래도 그 고난의 큰길을
묵묵하게 잘 견디어 냈다
어떻게 이걸 다 견디었을까
가냘픈 초목들이 긴 겨울을
몸소 다 이겨내고 꽃피우듯
그분은 이제 꽃 필 시간만
기다리는 그런 어린양이 되어
아무 말 없이 긴 침묵 속에서
아버지와 대화를 이어가듯이
세상을 고요 속에 잠기게 했다
그래도 한때는 세상을 호령했고
난다긴다하는 모든 걸 섭렵해
온 세상을 구원하는 길이 뭔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행했었다
그 행함이 너무 지나쳤나 싶어
다시 복귀해보는 이 시간
역시 권력자들의 눈에 거슬려
결국은 형장의 이슬로 화한
이 순간엔 대부분이 떠났고
힘없는 마리아들과 벌 나비들
그들이 함께하며 잠 깨우라고
그 고통의 시간을 두드린다.
이인주 신부